
제21회 세계남자 핸드볼 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핸드볼 대표팀이 지난달 31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01년 대회 이후 8년 만에 12강에 올라 당초 목표를 달성하고 귀국한 선수들은 비록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최태섭 감독(47, 성균관대) 이하 코칭스태프들과 마찬가지로 선수들도 제각기 편한 복장으로 입국장에 들어섰는데 선수단을 마중 나온 건 협회 관계자뿐만 아니라 팬도 있었다. \'정의경 선수의 팬\'이라고 밝힌 두 여학생은 입국장에 들어선 선수단을 향해 호흡을 맞춰 \"한국 남자 핸드볼 파이팅!\"을 외쳐 공항 이용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출국할 때만 해도 모두가 걱정을 했었죠. 그런데 우리 젊은 선수들이 수많은 관중들 앞에서 기 죽지 않고 잘 싸워줬습니다.\"
최태섭 감독은 예상 밖의 선전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돌아와 기쁘다는 소감을 전하며 슬로베키아와의 본선 1라운드 첫 경기 날이 자신의 음력생일이었음에도 그것조차 잊고 지났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개최지였던 크로아티아의 건조한 날씨 탓에 감기가 걸린 선수도 있었고, 10시간 넘게 비행기에 몸을 실어 이동하는 것이 경기를 뛰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는 선수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모두 건강해 보였다.
18일간 동고동락 했던 김진수 단장은 16명 전원이 큰 부상 없이 대회를 마치고 돌아와 기쁘다며 수고했다는 격려의 인사말을 전했고, 이후 선수들은 점심 식사를 위해 공항을 빠져 나갔다.
\"팀에서는 빨리 들어오라고 성화죠. 국내대회도 관심을 가져 주실까 모르겠네요.\"
버스에 짐을 챙겨 옮기던 박중규(26, 두산)는 오는 8일부터 열리는 핸드볼 큰잔치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전 경기 출장으로 얼굴이 반쪽이 된 그는 \'가능성을 얻고 돌아왔다\'며 환하게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어두운 기색이 역력했다.
잠실 학생체육관을 시작으로 전국 4개 도시를 돌며 치러질 \'2009 핸드볼 큰잔치\'를 앞두고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한다. 유럽선수들과 거친 몸싸움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지만 쉴 틈이 없다.
처음 성인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심재복(22, 한체대)은 본선 1라운드 헝가리전을 제외한 8경기에서 58.3%(48번 슛 시도, 28골)의 득점 성공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174cm의 작은 키지만 다부진 체격답게 스피드를 강점으로 장신의 유럽선수들을 상대했는데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온 듯 눈초리는 예전보다 한결 매서워졌다.
\"꽉 들어찬 경기장의 관중들로 처음엔 정신이 멍했었죠. 환호성과 응원소리로 게임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어요. 목표는 이뤘지만 본선에서 1승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게 너무 아쉬워요. 크로아티아의 핸드볼 열기가 너무 부러웠어요.\"

\"역동적이고 멋진 플레이 많이 보여드릴테니까요, 많이 찾아와 주세요.\" 대표팀의 막내 이은호(20, 경희대)에게 핸드볼 큰잔치 홍보를 해보라고 하자 쑥스러워하면서도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문을 열었다.
대학팀이라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선배들이 뛰는 실업팀에게 1승을 거두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비록 머나먼 타국 땅이었지만 관중들로 가득 찬 경기장에서 사력을 다해 뛴 그 순간 만큼은 이들에게 \'행복한 핸드볼\'이었을 것이다. 국내대회 관중석의 빈 자리가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우리 젊은 선수들의 의욕을 혹여 떨어뜨리진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는 물론이고 대회 참가 중이던 설 연휴까지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한 채 투혼을 발휘한 선수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핸드볼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응원이 아닐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