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핸드볼 대표팀이 세대교체의 길목에서도 세계선수권 12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권 진입의 청신호를 켰다.
1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무려 절반이 새얼굴이었고 간판 노릇을 해왔던 해외파들이 대부분 빠진 가운데 젊은 선수들로 꾸려졌다. 유일한 해외파는 일본 실업팀에서 뛰고 있는 이재우(30, 다이도 스틸)뿐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때만 해도 제 나이가 딱 중간이었는데요. 이번에 와 보니 (강)일구 형 다음으로 서열이 높아졌어요. 그래서 좀 더 열심히 뛰었을 뿐입니다.\"
이재우는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전 경기 출장하며 고군분투했다. 라이트 백인 그는 팀내 가장 많은 골(48개)을 기록했고 공격성공률은 51%를 기록했다. \"처음 새로운 선수들과 대면을 했을 당시만 해도 이런 성적을 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앞으로 조직력을 갖추고 다듬는다면 더 좋은 결과 낼 수 있을 겁니다.\"
지난달 31일 귀국 직후 점심식사를 마친 뒤 모두가 태릉선수촌으로 돌아가 각자 소속팀 합류를 준비했지만 그는 집으로 향했다.
\"내일 모레 일본으로 돌아갈 준비해야죠. 개막 경기였던 크로아티아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2007년 당시엔 23-41로 대패했던 팀인데 정말 잘 싸웠죠. 비록 한 점 차로 지긴 했어도 말이죠. 우리의 기량을 120% 발휘했던, 후회 없는 멋진 경기였어요. 처음 이겨본 스페인전도 짜릿했죠.\"
대회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이재우는 화제를 돌려 필자와 함께 동승한 협회 직원에게 8일부터 열리는 핸드볼 큰잔치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번 큰잔치는 어디서 열리나요? 경기 시간대는 어떻게 잡혔죠? TV 중계는 있나요? 관중이 좀 찰까요? 서울에서도 열린다니 다행이네요.\" 몸은 일본에서 뛰지만 마음 만큼은 한국핸드볼에 대한 관심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잘 생긴 (이)은호가 잘해야 남자 핸드볼이 뜰 텐데...\" 국내 프로스포츠의 인기몰이를 주도하고 있는 다른 종목의 선수들과 비교해 전혀 외모에서 뒤지지 않는 이은호(20, 경희대)를 내세워 흥행몰이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적극적으로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2000년 시드니대회를 시작으로 3번의 올림픽을 경험했고 굵직한 국제 대회 때마다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던 그는 체력의 한계를 이따금 느끼지만 \'아직까지는\'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윤)경신이 형에게 같이 가자고 권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솔직히 형은 물러나야 할 때가 이미 지났죠. 할 만큼 다 했죠. 저는 어중간한 나이라 (대표팀에서) 좀 더 뛰어야 하지 않겠어요? (웃음)\"
이번 대회에서 이재우는 부상을 입을 위험한 순간도 경험했다. \"마지막 마케도니아전에서 하늘로 붕 떴다가 떨어졌는데 모두가 깜짝 놀라 달려 나왔죠. 다들 걱정했는데 그냥 일어났죠, 뭐.\"
거친 몸싸움이 동반되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핸드볼이라는 종목에서 한 순간 눈을 질끈 감고 느슨한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지 않냐는 필자의 말에 이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지만 유일한 해외파로서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고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한창 경험을 쌓고 있는 후배들에게 백 번의 말보다는 한 번의 실천이 직접적으로 자극을 주고 모범이 되지 않겠느냐며 반문한 그였다.
비록 엷은 선수층과 부실한 체격조건을 안고 싸우는 한국 핸드볼이지만 태극마크를 거친 수많은 선배들도 아마 이런 마음으로 몸을 날리고 슛을 쏘았을 것이다.
이제 일본으로 돌아가 소속팀에 복귀하는 이재우의 건승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