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안동=고석태 기자 kost@chosun.com >
국가대표 꿈 키우는 조아람
- ▲ 부산시설관리공단 여자핸드볼 팀 조아람
#5월 18일(월)
핸드볼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경기 중에 들것에 실려 나왔다. 용인시청과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 팔꿈치에 명치를 얻어맞았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냈다. 관중석이 텅텅 비어 다른 사람들이 그 소리를 다 들었을 것 같다. 창피해서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 그래도 몇 분 쉬고 다시 들어가 뛰었고, 골도 넣었다. 경기도 우리가 이겼다.
#5월 20일(수)
우리 팀이 정읍시청도 물리치고 실업 핸드볼 수퍼리그 안동 대회를 전승(3승)으로 끝냈다. 감독님도 잘했다고 칭찬하시고 회사에선 격려금도 나왔다. 수퍼리그 전체 성적도 5승2패로 공동 2위다. 감독님이 모처럼 일요일까지 휴가를 주셨다. 내일 정읍 집에 간다고 엄마에게 전화했다. 아빠는 여전히 몸이 좋지 않다. 내일 저녁엔 아빠 맛있는 거 사드려야겠다.
부산시설관리공단 여자핸드볼 팀 피봇(가운데서 몸싸움과 공격을 주도하는 포지션) 조아람(21)의 일기 중 일부다. 그녀의 꿈은 국가대표다.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게 인생 최고의 목표다. 그건 사실 아버지의 꿈이었다. 조아람의 부친 조인환(52)씨는 원광대에서 핸드볼을 했던 선수 출신이다. 아쉽게 이루지 못한 국가대표의 꿈을 맏딸이 대신 이뤄주길 바랐다. 정읍고 체육교사였던 조씨는 5년 전부터 신장염을 앓기 시작해 이젠 일주일에 2~3번 신장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됐다. 집안 살림은 얼마 전부터 공장에 나가는 어머니가 꾸려간다.
정읍여고 시절 청소년 대표였던 조아람의 핸드볼 인생도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졸업 후 대구시청에 스카우트됐지만 입단 첫해 오른쪽 무릎 인대와 연골이 파열돼 수술을 받았다. 게다가 대구시청엔 오스트리아에 진출했던 전 국가대표 피봇 김차연이 복귀할 예정이라 조아람이 설 자리가 마땅찮았다. 결국 작년 전국체전을 끝으로 부산시설관리공단으로 이적했다.
2003년 12월 창단 이후 아직 전국대회 우승 경력이 없는 부산시설관리공단에서 조아람은 주전 피봇으로 자리를 굳혔다. 1m74, 69㎏의 체격은 골문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들과 치열한 몸싸움을 벌여야 하는 피봇으로는 다소 왜소한 편. 그래도 \"체력과 투지가 좋아 공수에서 뛰어난 선수\"라고 김갑수 감독은 말했다. \"조금만 경험을 쌓으면 국가대표가 될 자신이 있다. 꼭 올림픽 금메달을 따서 아빠의 한을 풀어 드리고 싶다\"는 조아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