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세계선수권 앞두고 女핸드볼대표 새로 구성
주전들 나이 6년 젊어져… 속공 앞세워 감동 담금질
<조선일보-정세영 기자 jungse@chosun.com>
한국 여자핸드볼 하면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란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04 아테네올림픽에 이어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이 '우생순'의 감동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오영란, 오성옥(이상 당시 36세) 등 노장들의 투혼이었다. 30세가 넘는 선수들이 코트에 온몸을 내던지고도 4강에서 패배의 눈물을 흘렸을 때, 많은 사람은 금메달보다 더 진한 감동을 느꼈다.
그로부터 약 1년4개월이 지난 19일 태릉선수촌. 세계선수권대회(12월 5일·중국 장쑤성) 출전을 앞두고 맹훈련 중인 대표팀은 '우생순'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대표팀 16명 중 작년 올림픽에 뛰었던 선수는 5명뿐. 당시 주축이었던 오영란, 오성옥은 현역에서 은퇴했고, 허순영(34) 박정희(34) 등은 부상으로 대표팀에 뽑히지 못했다. 그 빈자리를 앳된 얼굴의 선수들이 메우며 '우생순' 2탄을 준비하고 있었다.
- ▲ 힘껏 뛰어오른 여자핸드볼 국가대표 16명. 베이징올림픽에서 온몸을 던졌던 노장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새로운 얼굴들이다. 예전보다 어려지고 날렵해진 이들은 세계선수권대회 4강이라는‘우생순’2탄을 준비하고 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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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고 날렵해졌다대표팀에 흘러든 '새로운 물결'은 예전보다 젊고 날렵해졌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4.3세. 작년 팀(28.1세)보다 약 4세 정도 어리다.
주전 7명의 나이만 따지면 세대교체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베스트 7'의 평균 나이는 32.1세로, 올해 26.4세보다 6세나 많다. "젊음과 패기로 노련함을 극복하겠다"는 것이 이재영(50) 대표팀 감독의 모토이다.
지난해 대표팀과 이번 대표팀의 평균 키(1m72→1m71)는 비슷하다. 하지만 평균체중은 3㎏가량 가벼워지며 날렵해졌다. 주전 7명의 평균체중은 5.2㎏(65.9㎏→60.7㎏)이나 줄었다.
몸이 가벼워지면 롱슛, 몸싸움 등 파워가 필요한 공수(攻守)에서 다소 밀린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의 주무기는 '무한 체력'을 이용한 속공, 1대1 개인기, 압박 수비다. 19일 연습 경기에서도 대표선수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골키퍼에서 최전방까지 1~2번의 패스로 골을 넣는 '속전속결'을 주무기로 삼았다.
■'우생순 드라마'는 계속된다
젊어진 새 대표팀이지만 이겨야 한다는 오기만큼은 '우생순' 언니들에게 뒤지지 않는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이 적지 않다.
팀 최고참인 주장 우선희(31)는 2007년 루마니아 프로팀으로 스카우트됐지만, 오른쪽 무릎 인대를 다쳐 곧바로 가방을 쌌던 아픔이 있다.
유현지(25), 장은주(20)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코트를 누빈다. 유현지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건설현장에서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장은주의 아버지는 강원도 탄광에서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악바리로 뛰다 보니 몸이 성한 선수들이 별로 없다. 김운학(46) 대표팀 코치는 "아프지 않은 선수는 골키퍼 2명까지 4~5명 정도"라고 했다. 수퍼리그 득점왕인 정지해는 왼쪽 무릎 퇴행성 관절염 탓에 한 달에 3번씩 연골강화 주사를 맞으면서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김차연(27)은 근육통이 심한 왼발을 이끌고 코트에 나선다. "어쩔 수 있나요. 꾹 참고 뛰어야지요. 우리에겐 그것밖에 없어요."
'우생순'의 차기 주역들에게 포기란 없다. 세계선수권 4강 진출이란 목표를 위해 새 얼굴의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다시 몸을 던지고 있다.
<조선일보-정세영 기자 jungs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