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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핸드볼 'STOP' 정지해, 첫 태극마크 달고 'GO GO!'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9.11.23
조회수
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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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지난 9월 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09 핸드볼 슈퍼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삼척시청은 전날 4점차 패배를 극복하는 파란을 연출하고 이 대회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29대23으로 승리한 이날 정지해(24.삼척시청)는 위기 때마다 착실히 골을 성공시키는 등 7골 5어시스트로 우승의 선봉에 섰다. 종료 부저가 울리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힘들었던 순간이 한순간에 떠올라 절로 눈물이 나왔어요. 무조건 5점차로 이겨야 했기 때문에 모든 걸 숫자 5에만 맞춰 생각했어요.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정규리그 득점왕(178골)에 이어 챔프전 MVP까지 석권하며 생애 최고의 날을 맞았던 정지해는 수상소감을 밝히면서도 좀처럼 그치지 않는 눈물을 애써 삼키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또박또박 가슴속에 담아 두었던 말을 조리있고 당차게 말했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마치 미리 알고 준비해 둔 것처럼 경기만큼이나 드라마틱하게 소감을 전해 듣는 사람을 감동시켰다.

두달이 조금 지난 지난 20일 선수촌내 오륜관에서 다시 만난 정지해는 한결 예뻐졌고 밝았다.

"지금도 소름이 쫙 끼쳐요. 정말 드라마도 그렇게 만들기 힘들지 않겠어요?"

그날의 감동을 재음미하며 배시시 웃던 정지해는 MVP를 차지하면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되었다며 태극마크를 단 소감을 말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처음이에요. 늦은 편이죠. 매번 예비 엔트리엔 뽑혔는데 최종에서 모두 탈락했었죠. 다음 달 대회에 나간다고 생각하니까 설레고 흥분되네요. 뛸 기회를 주신다면 몸이 부서져라 뛸 겁니다. 그래야 계속 뽑아주시지 않겠어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지만 채우지 못했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춘 듯 야무지게 또 하나의 목표를 이뤄낸 감회와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저희도 삼척시청에서는 연차수가 꽤 되는 중고참인데요. 여기 와 보니 대표팀 경력으로만 따져서는 제가 완전 풋내기인 거 있죠.(웃음) 짤(잘)리지 않고 계속 있으려면 머리 처박고 해야 살아남을 거 같아요."

예쁘장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걸걸한 말 모양새가 거슬리는 듯 했지만 그 속에서 절실함이 느껴져 오히려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싶었다.

"센터백 자리는 늘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이 즐비했어요. (오)성옥이 언니 있죠. (송)해림 언니도 오랫동안 대표팀을 지냈고 (김)온아도 어릴 때부터 와서 잘 했죠. 또 4살 어린 권한나도 왔었고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이라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었어요."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밀려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이번 뿐만 아닌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도 나서서 연금을 받아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요즘엔 저를 보시는 분들은 모두 몸 상태를 가장 먼저 물어봐요. 누구나 한 두 군데 아픈 부위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저만 유독 부상투혼을 한 것처럼 부풀려졌어요. 사실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죠. 언론에서 자꾸 그 부분만 강조를 하니까 그런 거 같아요. 저 괜찮거든요.(웃음)"

여고 시절부터 왼쪽 무릎이 퇴행성관절염을 앓아왔고 한 달에 세 번씩 연골재생을 위해 주사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 슈퍼리그 챔프 초대 MVP 수상 직후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정지해는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하는 번거로움을 제외하고는 견딜 만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어린 나이에 무리하게 혹사한 탓에 얻은 병이지만 어쩌면 지금의 정지해를 있게 한 영광스러운 훈장인지도 모른다.

밝은 표정, 유쾌한 미소, 거기에 걸출한 입담까지 두루 갖춘 정지해의 별명은 예상대로 'STOP' 이라고 했다. '정지해'라는 이름때문이다. 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때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팬의 목소리가 들리면 선수들이 정지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며 농담을 꺼낸 정지해는 사실 최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선수촌을 나와 치료를 받고 19일에야 마지막으로 팀에 합류했다는 것. 잘 먹고 잘 쉬니까 금방 나았다며 기쁜 소식의 액땜을 제대로 했다며 웃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의 향후 10년을 책임져야 할 보배 정지해의 앞날에 'STOP'은 이름에만 존재할 뿐, 무조건 '전진! GO-GO'만이 가득하길 바란다.
<조이뉴스, 홍희정 객원기자 ayo3star@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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