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우생순 2기 주축' 김온아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0.01.26
조회수
597
첨부

귀여운 외모와 달리 '악바리'…"몇년 후엔 유럽진출 꿈"

 

6개월 만에 얻은 휴가다. 푹 쉬고 싶은 맘이 간절하다. 팀 동료이자 친동생인 선화와 함께 고향(전남 무안)에 내려가는 김온아(22, 벽산건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벽산건설이 지난 20일 끝난 핸드볼큰잔치 결승전에서 철벽 수비라인을 자랑하는 라이벌 삼척시청을 28-13으로 누르고 우승해서다.

 

지난해 9월 슈퍼리그 결승전 패배도 깨끗이 설욕했다. 김온아는 MVP에 도움상(20개)까지 받아 기쁨이 두 배였다. "수비가 생각 외로 잘 돼서 경기가 쉽게 풀렸어요. 언니들이 잘해준 덕분인데, 더 잘하라고 저한테 (상을)주신 것 같아요" 우승 후엔 한우파티도 했다. '한턱 쏘라'는 팀동료들의 압박도 싫지 않은 눈치다.

 

◈'세대교체 중심' 온아'막둥이' 김온아가 1년 새 훌쩍 컸다.

김온아는 아줌마 부대가 주축이 됐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땐 스무살 막내였다. 최고참 오성옥(38, 오스트리아 히포뱅크)과는 16년 차이. 그후 세대교체가 이뤄져 태극마크를 반납한 오성옥 대신 지난해 12월 세계선수권대회(중국 쑤저우)부터 센터백 주전으로 뛰었다.

 

| 테마가 있는 뉴스 |
"센터백은 경기를 리드하고 조율하는 자리인데다 (성옥)언니도 없고, 처음 주전을 맡아서 심적 부담이 컸죠" "실수해도 '괜찮아, 맘 편히 해'라고 다독여주는 언니들이 없어진 것"도 막내 때완 달라진 점이다. 다만 "유은희(20, 벽산건설), 이은비(20, 부산시설관리공단) 등 후배들이 생겨서 물통과 잔심부름에서 해방되고, 같이 어울릴 또래 친구들이 많아진 건 좋다"며 김온아는 웃었다.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 평균나이는 24.8살로, 베이징올림픽(28.1살) 때보다 3.3살 어렸다. '우생순 1기'가 대부분 물러난 한국은 전력상 역대 최약체라는 혹평을 들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력이 좋아졌다. 6년 만의 4강 진출은 물거품이 됐지만 당당히 6강 성적을 일궜다. 2차 리그에선 베이징올림픽 우승팀 노르웨이를 28-27로 꺾어 '노르웨이 징크스'도 깼다. 주변 평가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가능성이 있다'로 바뀌었다. 대회 전적은 2승2무2패였지만 매경기 접전이었다.

 

특히 김온아는 "체격, 힘, 스피드를 골고루 갖춘 유럽선수들을 상대하면서 힘을 배분하고 경기를 풀어가는 요령을 터득했다"고 했다. 보완할 점을 안 것도 소득이다. "이제 유럽선수들도 우리 못잖게 빠르고 스텝이 좋아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파워를 기르고, 수비력을 키워야 유럽의 벽을 넘을 수 있어요" "경기 조율능력이 한참 부족하다"며 손사래지만 '태극마크 4년차' 김온아는 유망주에서 어느새 '우생순 2기'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악바리' 온아 뽀얀 피부에 귀여운 얼굴, 특유의 해맑은 미소, 조근조근한 말투…. '경기장 밖' 김온아는 수줍은 소녀같다. 스스로 "A형같은 B형"이란다. 스물둘 나이가 무색하게 "북적이는 것과 돌아다니는 걸 싫어해서" 애늙은이라는 놀림도 받는다. 하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180도 달라진다. 

 

숨겨진 악바리 기질을 여지없이 발휘하는 것. 신장(169cm)은 작지만 장신숲을 요리조리 헤집으며 위력적인 슛을 쏘아대고, 절묘한 1대1 페인팅으로 수비벽을 돌파한다. 표정에도 승리를 향한 결연한 의지가 서려있다. "코트에 들어가면 경기에 집중하다 보니까 잘 안웃거든요. 주변에선 '왜 골 넣고 안웃냐, 기분 안좋냐'고 그래요" 집중력도 좋지만 마인드 컨트롤도 잘한다. "포커페이스라서 그렇지 뛸 때 수만가지 생각하면서 긴장을 많이 한다"는 뜻밖의 고백. 하지만 "'더 잘 하려고도 하지 말고, 늘 하던대로 가진 기량만큼만 보여주자'고 되뇌이며" 긴장감을 떨친다.

 

김온아가 대회 때마다 팬들의 사인공세를 받는 것도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예뻐서다. "베이징올림픽 땐 제가 풋풋했잖아요. 언니들 사이에 끼어서 운동하는 게 보기 좋았대요" 미니홈피에도 또래 누리꾼들이 '김온아 선수가 노력하는 모습 보면서 많이 배운다'는 글을 종종 남겨준다. "이럴 땐 운동선수인 게 뿌듯하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구요" 포지션이 같은 라이벌 정지해(25, 삼척시청)의 존재도 그에겐 자극이 된다. "지해 언니랑은 서로 발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경쟁상대죠. 경기장 밖에선 친하지만 승부에서 지는 건 싫어요" 그래서 고된 훈련도 기꺼이 감내한다.

올림픽 같은 대회에서 유럽팀을 이기려면 훈련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는 게 김온아의 설명. "한국팀이 후반에 강한 이유는 평소 체력훈련을 많이 하기 때문이죠" 지옥훈련으로 유명한 여자핸드볼 대표팀. "베이징 올림픽 준비기간엔 정말 힘들었죠. 나이 많은 언니들도 강훈을 참고 견디는데 막내니까 내색도 못하고…. 지금 생각해도 혀가 내둘러져요" '절대 한 눈 안팔 것 같은' 김온아지만 무작정 훈련에만 매달리진 않는다. "운동시간엔 집중해서 하고, 쉬는시간엔 정말 푹 쉬어요. 저는 개인운동 하면 더 안되더라구요" "꾸준하다"는 팬들의 칭찬은 뛰어난 컨디션 조절능력이 밑바탕이 된 덕분이다.

 

◈ '꿈꾸는' 온아

"베이징 올림픽 한 경기, 한 경기가 저한텐 기억에 남아요" 스무살에 처음 밟은 올림픽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체육관에 놀러갔다가 핸드볼선수가 된 '무안소녀' 김온아가 꿈을 이룬 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뛴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어요. 올림픽에 3번 정도는 나가고 싶구요" 주변에선 내친김에 '올림픽만 5번 출전한 오성옥의 기록을 깨보라'고 부추긴다. 김온아의 대답은? "전 못할 것 같은데…. 앞으로 몸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죠"

어느덧 실업과 대표팀 4년차. 생머리커트에서 파머머리로 변한 그의 헤어스타일처럼 김온아는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 잇달아 출전하면서 정신적으로나 기량 면에서나 한층 성장했다. "주변에서 경기력이 성숙해졌다고 하는데 아직 멀었어요. 올해는 좀 더 성숙한 플레이를 하고, 12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도 따고 싶어요" 더불어 그는 해외진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실력을 좀 더 쌓은 다음 기회가 주어지면 몇년 후 유럽무대에서 뛰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국내외 대회에 쉼없이 나가느라 무릎과 발목 통증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경기를 이끌어가는 센터백 포지션이라서 부담감과 책임감이 막중하다. 이제 어디에서도 막내가 아니기 때문에 힘들어도 묵묵히 이겨내야 한다. 하지만 "관중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면 힘이 나고, 체육관에 찾아와서 응원해주는 팬들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하다"는 게 김온아의 말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