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핸드볼은 \'특이체질\'이다. 일반적으로 배구나 농구 같은 구기종목을 보면 더 빠르고, 더 파워풀하고, 더 터프하게 부딪히는 남자 종목이 여자 종목보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로 더 많은 관심을 끈다. 반면 핸드볼은 남자 종목이 여자 종목보다 오히려 관심 면에서 완연한 열세다.
아직 경기의 매력보다는 올림픽 때마다 찾아오는 국민들의 \'메달 감성\'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 핸드볼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눈물의 은메달, 그리고 이를 영화화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반면 국내에서 개최된 1988년 서울올림픽(준우승) 이후 메달을 따지 못한 남자 핸드볼은 상대적으로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왔다. 핸드볼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어깨에 걸머진 \'핸드볼 국가대표 꽃남\' 두 명을 태릉선수촌에서 만났다. 피봇 박중규(27)와 센터백 정의경(25·이상 두산)이다.
◇핸드볼의 매력은 무엇인가
후방에서 접근해 슛을 뿌려대는 센터백 정의경은 핸드볼의 매력으로 \'화려한 슛, 다양한 골맛\'라고 말했다. 동료와 현란한 패스워크 속에 돌파 혹은 페인트로 틈을 잡아 슛을 쏜다. 때로는 날아 오르고(점프 슛) 때로는 좌우로 흔들며 상대를 교란하기도 한다. \"물론 화려한 점프슛을 했다가 안 들어가면 굉장히 멋쩍지만\"이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피봇 박중규는 포지션이 그런지 \'몸싸움\'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골에어리어 라인 상에서 양 팀 12명의 선수들이 치열한 몸 싸움을 벌이는데 그 중에서도 피봇은 몸 싸움의 중심에 있는 포지션. 그걸 즐기면서 5~6년째 국가대표팀 주전 피봇으로 활약 중인 그는 타고난 \'피봇 꾼\'이다.
◇남자 핸드볼, \'내 생애 잊을 수 없는 경기\'
남자 핸드볼에도 한 맺힌 경기들이 있다. 정의경에게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는 중동 심판들의 엄청난 편파 판정으로 2008 베이지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할 뻔하다 성사된 한일전 재경기. 일방적인 편파 판정으로 희생양이 되면서 주목 받은 한일간 재경기는 남자 핸드볼로서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국민적인 관심을 모았다. 어떻게 보면 \'호사다마\'였다. 정의경은 \"핸드볼 하면서 그렇게 관중이 많은 것은 처음이었다. 감정이 북받히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렇게 어렵게 출전한 2008 베이지올림픽,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 남자 핸드볼도 조금씩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올림픽 당시 정의경은 올림픽 선수들 가운데 \'꽃미남\'으로, 박중규는 \'훈남\'으로 인터넷 게시판에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핸드볼 대표 꽃남들
정의경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박중규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핸드볼 한 길을 걸어왔다. 운동선수 같지 않게 하얀 도자기 피부에 곱상한 외모의 두 사람은 핸드볼을 대표하는 \'꽃남\'이다. \'비인기 종목\'이지만 나름대로 오빠 부대를 몰고다니는 남자 핸드볼의 희망이다. 두 사람의 소속팀 코치이기도 한 홍기일 대표팀 코치는 \"두 사람이 남자 핸드볼에선 \'오빠부대\'가 있는 대표주자다. 핸드볼팀을 하는 기업들도 다 홍보를 원하는 기업팀이지 않느냐. 의미가 각별하다\"면서 \"실력도 있고 매력도 있는 선수들을 통해 팬의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정의경의 별명은 \'메뚜기.\' 팬은 가냘프다 싶은 몸으로 경기장에서 탄력있게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별명을 지어줬지만 알고보면 선배들이 은근히 방송인 유재석을 닮았다고 이미 예전에 붙여준 별명이란다. 정의경은 한 맺힌 듯 \"남자 핸드볼이 여자 핸드볼보다 앞서고 싶다\"라고 말하는 조금은 당돌한 성격이다. \"여자 핸드은 너무 대표팀 성적이 좋아 우리는 매일 묻힌다\"며 \"언젠가는 우리 남자 대표팀도 실력으로 인정받고, 나도 사람들이 아는 핸드볼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박중규는 \'몸무게 0.1톤(106㎏)\'에 몸싸움을 즐기지만 지난해 한 소녀 팬이 큰 종이에 반 친구들 전원에게 축하 메세지를 받아 갖다준 선물을 \'잊을 수 없는\'선물로 꼽는 순수한 남자다. 인터뷰 도중 참 아쉽다며 한숨을 내쉰다. \"유럽처럼 핸드볼이 인기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나라 선수들이 부럽다. 알고 보면 그 어느 종목보다 재미있는 종목인데\"라며.
◇올해는 남자 핸드볼 \'부활의 해\'
두 사람의 올해 목표는 오는 11월 중국에서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전승(7승)으로 우승하면서 우승 전망도 밝혔다. 1986년 아시안게임부터 4회 연속 금메달을 거머쥐었던 한국 남자 핸드볼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 중동의 편파판정에 휘말려 노메달(4위)에 그쳤다. \'핸드볼 경기도 아니었다\'는 \'도하의 비극\'이었다. 아시아 정상을 회복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핸드볼 관계자는 \"요즘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핸드볼이 인기종목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을 맞았다\"면서 \"여자 핸드볼도 좋지만 남자 종목이 살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그것이 전체 종목을 위한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정가연기자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