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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프리즘]중국 女핸드볼대표팀 강재원 감독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07.07.31
조회수
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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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있는 팀이면 어디든 가야죠”
역마살이 낀 걸까.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핸드볼 은메달의 영광은 출발점에 불과했다. 추억에 젖으면 삶은 정체된다. 유럽과 미국, 일본 무대를 떠돌며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한 지 벌써 19년째. 어느덧 4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 강재원, 그의 도전과 성공은 진행 중이다.

지난 2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강재원(43)은 또다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목적지는 중국 베이징. 두 달 전 중국 여자핸드볼대표팀 감독을 맡은 그는 지난 16일부터 안동에서 닷새 동안 열린 국제여자핸드볼대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대회 끝나고 나흘간 휴가를 얻었어요. 말이 휴가지 제대로 못 쉬었죠. 내년 베이징올림픽 전까지 진행될 훈련 스케줄 짜고 전술 준비하느라 밤을 꼬박 샜습니다.”

강 감독은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팀과 맞닥뜨려야 할지 모른다. 얄궂은 운명이다. 적으로 맞서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그는 “외국 지도자 생활 10년짼데 적응이 될 때도 됐건만 솔직히 아직도 불편해요”라며 말끝을 흐리다 “어느 팀을 맡든 중요한 건 책임감입니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라고 말했다.

목표는 베이징올림픽 메달권 진입이다. 바로 중국이 그를 부른 이유다. 강 감독은 서울올림픽 당시 받았던 훈련 프로젝트를 운용할 계획이다. 하루 스케줄은 오전 체력훈련, 오후 전술 및 포지션별 개인기술 훈련이다. 오는 9월부터는 장기간 유럽전지훈련을 떠나 강팀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다. 여자핸드볼은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에서 하키, 소프트볼과 함께 메달권을 노리는 여자 구기 종목이다. 부담도 되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욕구가 강 감독을 자극한다.

외국 선수들을 지도하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말이 다르면 생각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그는 “중국 선수들이 처음엔 거부감을 느꼈어요. 스파르타식 훈련을 고집하는 한국 지도자에 대해 평이 안 좋았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선수들 생각을 읽어야 돼요. 마음을 트기 위해 주말엔 저녁도 사주고 같이 영화도 보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강 감독이 어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그는 안동 대회에서 일본에 진 뒤 선수들과 함께 숙소까지 25㎞ 되는 거리를 뛰어왔다. 무려 3시간이 걸렸다. 그는 “그만큼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졌죠. 중요한 건 먼저 선수를 이해시키고 호흡을 같이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호흡을 같이해도 감독과 선수는 다르다. 그에게 감독은 어떤 자리일까. 그는 “외로운 자리죠”라고 잘라 말한 뒤 “제 원칙은 승부에서 이기면 선수 몫이고 지면 제 몫이라는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외로움의 무게는 외국인 감독이기에 더했을지 모른다. 그는 “그래서 그들의 문화까지도 공부해야죠. 제 근무는 운동시간에 한정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왜 힘든 도전을 계속하는 걸까. 대답은 짧고 명료했다. 그는 “도전 정신이죠. 축구로 하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은 제게 매력적이지 않아요. 성장 가능한 팀, 미래가 있는 팀을 지도하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얻는 게 많죠”라고 말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강 감독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다. 그는 “첫째 한슬(19)이는 대학 공부를 위해 아내와 미국에 있고 둘째 한비(16)는 부모님과 인천에 있어요. 제 욕심도 있고 가족 뒷바라지 하려면 돈도 벌어야죠”라고 웃음을 지었다.

강 감독은 한국 핸드볼 선수들의 해외 진출 에이전트 회사(K-스포츠)도 운용하고 있다. 남자 백원철과 이재우, 여자 홍정호와 허순영 등이 K-스포츠를 통해 해외 무대를 밟았다. 그는 “핸드볼을 통해 너무 많은 걸 받았죠.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 가지 꿈을 내비쳤다. 한국 선수들로 드림팀을 구성해 유럽 투어에 뛰어드는 일이다. 유럽에는 매년 40여개의 대회가 열린다. 유로스포츠 채널 중계를 통한 광고효과로 스폰서도 잘 붙는 편이다. 그래도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는 반론을 그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어떤 걸 하든 아이템이 좋으면 됩니다. 한국 핸드볼 자체가 최고의 아이템이죠”라고 말했다.

< 세계일보 김정필 기자 fermat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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