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5-30으로 뒤져 있던 경기 종료 5분 전. 대역전 드라마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한국은 잇따라 5골을 터뜨려 30-30까지 따라붙었다. 이어 31-31로 맞서 있던 경기 종료 20여 초 전 \'막내\' 김온아가 그림 같은 골을 성공시켜 대미를 장식했다. 그러나 한국 여자핸드볼은 베이징올림픽 티켓을 카자흐스탄에 내주고 말았다. 카자흐스탄과 함께 2승1패를 기록했지만 득실에서 밀린 것. 또 심판의 극심한 편파 판정이 문제였다.
29일 오후(한국시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여자 핸드볼 아시아 예선 한국-카자흐스탄의 3차전. 한국은 모든 면에서 불리했다. 골 득실에서 뒤져 4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 했고, 판정에서도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또 응원단 규모에서도 열세였다. 결과는 한국의 32대31의 짜릿한 역전승. 그러나 한국은 점수 차를 1골밖에 벌리지 못해 베이징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손에 쥐지 못했다. 문필희는 6골을 넣었고, 해외파 우선희-오성옥도 5골을 넣어 힘을 보탰다.
한국은 올림픽 직행 티켓을 놓쳤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는 12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3월 대륙간 올림픽 예선에 모두 6장의 티켓이 남아 있다.
주최국 카자흐스탄이 아시아핸드볼연맹(AHF)과 결탁해 편파 판정을 일삼는다고 판단한 한국 선수들은 며칠 전부터 \"본때를 보여 주겠다\"며 별러 왔다. 이날 두 심판은 이란인이었다. 한국이 선택한 심판조였다. 조일현 대한핸드볼협회장이 지난 27일 AHF 관계자에게 일본전 편파 판정에 대해 강력 항의한 결과다.
이날 두 이란 심판은 한일전 때의 중동 심판보다 더 심했다. 두 심판은 후반 들어 노골적으로 카자흐스탄 편을 들었다. 공만 만지지 않았을 뿐 카자흐스탄 선수나 다름없었다. 심판의 편파 판정은 이 경기에서 극에 달했다.
임영철 감독은 경기 전 \"심판이 승부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경기 초반부터 과감한 속공 작전으로 점수 차를 크게 벌리는 작전을 펴겠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은 한국의 속공작전을 예상한 듯 골문 앞에 튼튼한 울타리를 쳤다
한국은 카자흐스탄 수비를 뚫지 못해 전반 11분까지 3-6으로 뒤졌다. 한국이 7-8로 뒤져 있던 전반 16분쯤 문필희가 속공에 이은 멋진 점프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자 300여 한국 교민들의 하이톤 함성이 경기장 가득 메아리쳤다. 한국이 14-11까지 달아난 전반 24분쯤부터 심판이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은 15-15로 동점을 허용한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후반 들어 심판이 노골적으로 편파 판정을 내리기 시작했다. 후반 6분쯤 코트에 한국 선수는 5명뿐이었다.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2명이 잇따라 2분간 퇴장을 당한 것. 김차연은 후반 14분 40여 초쯤 또 2분간 코트에서 쫓겨났다. 한국은 경기 종료 5분 전부터 놀라운 투혼을 발휘해 역전에 성공했지만 4점 이상으로 점수 차를 벌리진 못했다. 이날 한국은 2분간 퇴장을 9차례나 받았다. 카자흐스탄은 7번.
임영철 감독은 경기 후 침통한 표정으로 \"어이가 없다. 어느 정도 편파 판정이 있을 줄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두 이란 심판은 카자흐스탄 선수들이 공을 들고 7∼8 발을 뛰어도 휘슬을 불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선수는 반칙도 범하지 않았는데 2분간 퇴장을 줬다. 세계핸드볼 챔피언이라 해도 이길 수 없는 경기였다\"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임 감독은 결국 \"이럴 땐 정말 핸드볼을 하기 싫다\"며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국민일보 김태현 기자 hrefmailto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