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 라이트 등 두 작품을 가작으로 뽑아
한국핸드볼발전재단(이사장 박기흥)은 29일 핸드볼 소재 문학작품 현상 공모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현상 공모에는 모두 9편이 응모했는데, 소설가 이순원씨등 5명의 작가들이 심사를 한 결과 최우수작 없이 가작 2편을 선정했다.
상금 2천만원씩을 받게 되는 가작으로는 여덟 색깔 깍두기(이상윤 작)와 에어라이트(김효관 작)가 뽑혔다.
심사위원들은 <여덟 색깔 깍두기>는 응모작 가운데 가장 재미있게 읽히면서 보다 본격적이고 핵심적으로 핸드볼을 다룬 점을 높이 평가했고, <에어 라이트(Air right)>는 한국 핸드볼 발전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안정적인 문체 속에 담고 있어서 가작으로 뽑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단에서는 이 두 당선작을 출판해 영화사 등에 널리 배포하는 등 이번 당선작을 콘텐츠로 한 영화나 만화 제작 등 2차 활용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펴나갈 계획이다.
이번 현상공모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심사평>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졌지만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안고 있는 한국 핸드볼, 그 취약한 저변을 확대하고 국민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며 핸드볼에 대한 친근감을 심어줄 수 있는 문학 작품을 공모한 결과 아홉 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라왔다.
문학작품으로 한정해 공모하였으나 우리는 문학적 역량에 집중하기보다는 한국 핸드볼이 국민적 사랑을 받는 스포츠로 도약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핸드볼 발전재단의 취지를 살려 다소 문장이 거칠고, 서사의 인과관계에 문제가 있더라도 문학작품 심사라는 잣대를 과도하게 대기보다는 핸드볼이라는 소재를 어떤 이야기로 얼마나 재미있게 창의적으로 다루었는지, 또 ‘멀티 유즈’가 가능한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살폈다.
아홉 편의 본심 응모작 중에서 우리는 최종심 진출작 선별을 위해 네 편의 응모작을 제외시켰다. 공지한 원고 매수를 터무니없이 적게 채운 경우와, 핸드볼과 아예 무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핸드볼이 소품이나 에피소드에 국한된 작품들이었다. 다른 스포츠에 대한 소설을 썼다가 급하게 핸드볼로 치환한 혐의가 있는 응모작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답습한 아류로 보이는 응모작이 많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작품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가 컸고, 가급적이면 핸드볼 발전이라는 전제에만 집중해서 심사하겠다는 합의가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최우수작으로 할 만큼 빼어난 작품은 없는 것 같다는 안타까움이 앞섰다.
그럼에도 우리는 최종적으로 다섯 편을 남겨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그것은 <돼지골 밤나무에 던진 페널티드로우> <기적이 우리 편일 때> <여덟 색깔 깍두기> <에어 라이트(Air Right)> 였다.
은 전형적인 스포츠 드라마로 손색이 없었다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는 배경의 스케일이 컸고 친구들과의 우정과 갈등이 작품 속에 잘 녹아 있었다. 친구가 기증한 심장을 달고 뛰는 핸드볼 선수 정호에게서 진한 감동을 느낄 수도 있었다. 반면 너무나 전형적인 설정들이 다소 상투적이었고 인과관계가 좀 부족한 서사전개와 구성이 아쉬웠다. 드라마 지문 같은 문장은 감점의 대상이 아니었으나 수상작을 책으로 출간하기 망설여지는 요소로 작용했다. 드라마로 각색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좋은 평가가 있었다.
<돼지골 밤나무에 던진 페널티드로우>는 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이 아련한 흥미를 주었고 스포츠와 권력 관계를 잘 그려낸 점이 인정되어 최종심에 남았다. 전반적으로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연상시키는 시대극의 느낌이 인상적이었으며 당시의 핸드볼 여건에 대한 정보가 잘 녹아 있었고 핸드볼을 통해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표현한 점과 소외된 지역에서 소외된 운동으로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 전개가 멋졌다. 그렇지만 80년대 초반 사회분위기에 한정된 정황들과, 주장이 되기 위한 반목 등의 전형적인 갈등 요소가 지금의 핸드볼 발전을 위한 사료로서의 가치 이상을 가진 이야기로 한 발 더 나아가는 데 기여하기 힘들었다는 한계가 못내 아쉬웠다.
<기적이 우리 편일 때>는 시련극복 중심의 서사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고 캐릭터의 심리를 잘 드러내는 안정된 이야기 솜씨가 강점이었다. 그러나 제목에서 기대했던 핵심적이고 창의적인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 조금은 서운했고, 가족사 이야기의 비중이 핸드볼과 무관하게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말았으며, 여자 핸드볼 팀의 개인사와 상처극복을 다룬 점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겹치는 요소를 피해가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이면을 감동적으로 잘 그려냈으나 장편 서사로서의 이야기 크기에 한계가 있어 보이는 점도 아쉬웠다. 이 작품을 TV단막극화 하면 손색이 없겠다는 논의가 오갔다.
‘여덟 색깔 깍두기’는 비문과 오문이 다소 많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이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끝까지 읽는 데 무리가 없었던 응모작이었다. 다섯 편의 최종심 진출작 중에서 가장 가독성이 좋은 편이었다. 여덟 명의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학생들을 핸드볼부에 모아 고교 핸드볼을 정복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었다. 만화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과 공감들이 오갔다. 그런데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고 갈등이 상투적이며 주제가 공허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럼에도 인물들의 개성과, 핸드볼에 대한 세밀한 기술이 뛰어나 치명적일 수도 있는 단점들을 커버하고 있다는 점을 끝내 무시할 수 없었다.
<에어 라이트(Air right)>는 70년대 한국 핸드볼이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나설 때부터 세계 정상급에 오른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교차 진행하며 짜임새 있게 잘 구성한 점이 뛰어났다. 핸드볼을 인생에 비유해 희망을 그려낸 점도 인상적이었으며 70년대 한국 핸드볼의 현실에 대해 잘 묘사하고 있고, 작가가 핸드볼을 아주 잘 이해하면서 쓴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과거와 현재를 교차할 때 서로의 인과관계를 짜 맞추는 능력이 조금 아쉬웠고 낯익은 한국 드라마의 서사 문법과 유사하게 보이는 부분들이 창의성의 매력을 방해했다.
전반적인 논의 끝에 다섯 편 모두 최우수작으로 뽑기엔 저마다 결점들이 있어 이 가운데 꼭 한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선정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이 형성되었다. 억지로 한 작품을 고른다고 해도 작품의 수준이 엇비슷해 한 편을 변별해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우리는 무엇이 최선일지 숙고하다 응모작 중에서 핸드볼에 대해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작품을 골라 가작으로 선정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으로 두 편의 가작을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가장 재미있게 읽히면서 보다 본격적이고 핵심적으로 핸드볼을 다룬 <여덟 색깔 깍두기>와 한국 핸드볼 발전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안정적인 문체 속에 담은 <에어 라이트(Air right)>를 가작으로 뽑기로 했다. 나름대로 핸드볼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 , <기적이 우리 편일 때>, <돼지골 밤나무에 던진 페널티드로우>의 작가에게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모든 응모자들의 건필과 건승을 빈다.
- 심사위원 이순원(소설가), 기영노(스포츠평론가/작가),유환숙(방송작가), 박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