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상대는 아니죠. 하지만 판정만 공정하다면 절대 지지 않습니다." 남자 핸드볼 간판스타 윤경신(37·두산 베어
스)은 각오를 묻자 도하대회 얘길 꺼냈다. 그만큼 4년 전 도하의 기억은 아픔으로 남아 있다. 당시 한국은 예선에서
쿠웨이트에, 준결승에선 카타르에 져 동메달도 못 땄다. 86년 서울대회부터 2002년 부산대회까지 5연속 우승했던
한국이 메달 획득에 실패한 건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래 처음이었다.
쿠웨이트는 지난해 IOC 주관 대회 참가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번 아시안게임도 불참이 예상됐지만 쿠웨이트
핸드볼협회장인 셰이크 아마드 알 사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의 영향력을 빌려 뒤늦게 참가 자격을 얻었
다. 쿠웨이트의 출전 소식에 윤경신은 "잘 됐다"며 씩 웃어 보였다.

- ▲ 윤경신은“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겠다”며‘핸드볼 남녀 동반우승’을 다짐하는 플래카드를 배경으로‘V’자를 그려보였다. /고석태 기자
키 203㎝의 윤경신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스타다. 95년 세계선수권대회 득점왕에 올랐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12년간 뛰면서 득점왕만 7차례를 차지했다. 통산 2790골은 분데스리가 최다 득점 기록으로 남아 있다.
2001년에는 국제핸드볼연맹(IHF)이 뽑는 ''올해의 선수''에도 선정됐다. "한창때는 연봉이 35만유로(약 5억4000만원)가 넘었죠. 팬들이 저를 ''닉''이라고 부르며 사인 요청을 해오는데 한마디로 뛸 맛이 나더군요."
그는 "더 늦기 전에 한국 핸드볼에 보답하고 싶다"며 2007년 말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소속팀 두산을 국내 남자 핸드볼 최강으로 이끈 그는 이제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봉사에 나선다.
"이번 대회가 아마도 태극마크 다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이젠 다른 미래를 설계해야죠." 한국 선수단 중 가장 많은 여섯 번째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윤경신은 광저우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계획이다.
그는 내년 2월 경희대에서 체육학 석사학위를 받게 되며 곧바로 박사 과정에 도전한다. "경희대 시절 은사였던 유재충 교수님이 현역에 있을 때 코스를 밟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금 서두르고 있습니다."
소속팀 두산과는 내년 6월까지가 계약기간이다. 구단에선 재계약을 강력히 원하지만 "내년 6월에 체력 등을 감안해은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게 윤경신의 말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단 기수를 맡는 건 처음이에요. 폐회식 때 당당하게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꼭 우승하겠습니다." 윤경신은 훈련장 벽에 걸린 ''핸드볼 남녀 동반 우승'' 플래카드를 보며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