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영 기자 bodang@kyunghyang.com
ㆍ윤경신·강일구·백원철
“4년 전의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야만 편히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윤경신(37·두산), 강일구(34·인천도시개발공사), 백원철(33·코로사).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이들 핸드볼 노장 선수는 광저우 시상식장에 울려퍼질 애국가를 은퇴 세리머니로 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나이가 많은 이들에게 2012년 런던올림픽이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 보장이 없기에 국제종합대회 대표 출전은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백원철·윤경신·강일구(왼쪽부터) 등 핸드볼 국가대표 노장들이 지난 4일 태릉선수촌에서 결단식을 갖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은 남자 핸드볼엔 악몽과 치욕의 무대였다. 중동세의 로비에 물든 편파판정으로 한국은 최상의 전력을 갖추고도 대회 6연패를 눈앞에서 놓쳤다.
남자 핸드볼의 간판 윤경신은 지난 4일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그때는 신이 와도 못 이기는 경기였다”며 편파판정이 얼마나 심했는지 묘사한 뒤,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지지 않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2m3의 장신인 윤경신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핸드볼 스타다. 1995년 세계선수권 득점왕에 올랐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2년간 뛰면서 득점왕만 7차례 차지했다. 통산 2790골은 아직도 분데스리가 최다 득점 기록이다.
“더 늦기 전에 한국 핸드볼에 보답하고 싶다”며 2007년 국내무대로 복귀한 윤경신은, “개회식 때 한국 선수단 기수를 맡았지만 폐회식 때 당당하게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꼭 우승하겠다”고 말했다.
11년의 해외생활을 접고 올해 국내무대로 복귀한 센터백 백원철도 광저우에서 금메달을 겨냥한다. 2002년 아시안게임에서 5연패를 달성한 뒤 끊긴 금맥을 다시 잇겠다는 각오다. 그는 “대표팀에서는 마지막 대회인데 후배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은퇴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여자 대표팀 오영란과 핸드볼 골키퍼
부부로 유명한 강일구도 “아시안게임 때문에 쉬지 않고 땀흘렸다”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했다.
이처럼 광저우를 은퇴무대로 삼고 있는 노장 국가대표들의 다부진 결기는 후배들의 패기를 넘어선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 황희태(32·수원시청)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한다는 각오다. 2006년 대한유도회 ‘최우수선수’로 뽑힌 그는 2007년 목을 다치는 바람에 2008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와신상담했다. 이종격투기 전향 유혹을 뿌리치고
가슴에 단 태극
마크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황희태는 “아직 힘이 달리지 않는다”고 자신에 차 있지만 금메달에 실패하면 대표팀 최고참이라는 완장을 스스로 벗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토록 갈망하는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의 꿈도 접어야 한다.
박미영(29·삼성생명)과 함께 한국여자 탁구의 ‘명품 수비 콤비’를 자랑해온 김경아(33·대한항공)도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다. 김경아는 이번 대회까지는 세계랭킹(4위)에 따라 자동 선발됐다. 그러나 4년 뒤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귀화선수들인 당예서(29·대한항공), 석하정(25·대한항공)을 비롯해 ‘천재 탁구소녀’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여고생 대표 양하은(16·군포 흥진고) 등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