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대회 직후 여자 대표팀 사령탑·선수 대폭 ‘물갈이’
[1103호] 2010년 12월 08일 (수) 김진령 jy@sisapress.com
한국 구기 스포츠 종목 가운데 남녀 통틀어 세계 정상급에 가장 근접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핸드볼이 세대교체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1월 말에 끝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남녀 핸드볼 팀은 동반 금메달을 따내 핸드볼 도약의 시발점으로 삼으려고 했다. 핸드볼협회에서도 핸드볼발전재단과 손을 맞잡고 대규모 응원단을 파견하고 최종전 유니폼을 남녀 모두 금색으로 마련하는 등 동반 금메달에 확신을 갖고 있었다. 여자팀은 세계 4강권이고 남자팀은 지난번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심판 판정으로 인해 금메달을 강탈당했기 때문에 남녀팀 모두 공히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팀이 4강전에서 일본팀에게 일격을 맞았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협회 관계자도, 선수도, 코치진도 모두 예상치 못한 결과에 넋이 나갔다. 남녀 동반 금메달을 획득해 일반인에게 한국 대표 구기 종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핸드볼 붐을 일으키려던 협회의 계획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 지난 11월25일 중국 광저우 광공체육관에서 펼쳐진 아시아경기대회 여자 핸드볼 준결승 경기에서 한국의 김온아가 일본의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다 공을 패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희 선수만 유일한 30대로 남아
일본에 진 다음 날 무거운 발걸음 속에 3, 4위 결정전에 나선 여자 대표팀은 카자흐스탄을 시종일관 더블 스코어 차이로 앞서며 여유 있게 낙승해 게임 운영 능력이나 선수 개개인 기량에서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한·일전 패배는 여자 대표팀의 세대교체를 앞당기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광저우 대회 시작 전 정형균 핸드볼협회 부회장은 “여자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늦어지고 있다”라고 걱정했다. 1990년대 중반 한국 여자 핸드볼팀의 전성 시절에 뛴 선수들을 최근까지도 이런저런 이유로 대표팀 주력으로 잡아둘 수밖에 없는 현실을 걱정했던 것이다. ‘불의의 일격’은 그런 걱정에 대한 대책을 더 빨리 시행하도록 채근했다. 광저우 대회 직후 핸드볼협회는 여자 대표팀의 사령탑 교체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광저우 대표팀에 들어가 있던 허순영(35), 명복희(31) 등 20대 후반~30대 중반 선수 여섯 명이 빠졌다. 대신 용세라(23)부터 조효비(19)까지 20대 초반 선수 여섯 명이 새로 가세했다. 새 대표팀의 최고참 선수로서 간판 공격수이자 기둥인 우선희 선수(32)만 유일한 30대로 남아 있다. 새 사령탑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베이징올림픽 중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을 맡는 등 해외 경험이 풍부한 강재원 감독(45)이 맡았다.
강재원 신임 감독 “변화 못 이뤄 전력 다 노출”

▲ 강재원 KBS 핸드볼 해설위원이 12월부터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을 이끌어갈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되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광저우 대회에 KBS 해설위원으로 현지에 합류했던 강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의 한·일전에 대해 “우리 선수들이 아직도 1990년대의 플레이를 하는 등 기술적인 면에서 변화가 없는 단조로운 공격을 펼쳐서 상대방에게 우리 전력이 이미 다 노출되어 있었다. 변화를 못 이룬 것이 아쉽다”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는 “선수 개개인의 기량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어느 나라 선수보다 탁월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대표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유은희·이은비·김온아·유현지 선수의 기량에 대해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이들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1990년대 중반 한국 핸드볼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선배 선수들의 기량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여자 대표팀에서 30세 이하 젊은 선수의 팀 전력 기여도가 50% 정도 된다. 2009년 중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김온아, 이은비, 유은희가 큰 활약을 했다. 이들이 좀 더 잘하면 우리 팀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지난 7월 국내에서 열린 세계여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 대회에서 MVP를 수상한 이은비 선수는 이번 광저우 대표팀에 막내로 합류하면서 유은희 선수와 함께 맹활약을 펼쳤다.
강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노장인 강지혜(30)가 빠진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꼭 필요한 선수’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우선희 선수처럼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노장이 팀을 지켜주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꾸려진 대표팀은 12월 중순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세대교체에 대한 테스트를 받는다. 새롭게 팀을 꾸리자마자 시험대에 들게 되는 셈이다. 이 점에 대해 강감독은 “팀을 맡자마자 국제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는 점에서 감독 제의를 수락할지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재능이 충분하다는 것을 믿고 있다. 지금 문제는 떨어진 정신력을 다시 세우고 팀워크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실업팀 해체도 막고 핸드볼 붐업도 시킬 수 있다는 점을 선수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시아선수권이 끝난 뒤 국내 핸드볼계는 연중 최고 대회인 핸드볼코리아(가칭) 대회를 시작하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에 대비한 본격 장기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런던에서 아시아 최강인 한국 핸드볼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다시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자 대표팀, 세대교체도 ‘금메달감’
여자 대표팀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았던 남자 대표팀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제 몫을 다해주었다. 여자 대표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대교체가 부드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남자 대표팀의 세계 순위가 향후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 금메달로 병역 면제를 받게 된 ‘면제 5인방’인 박중규, 오윤석, 정수영, 유동근, 심재복이 비슷한 또래인 대표팀 간판 정의경 선수와 기복 없이 손발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이들의 기량이 절정에 오를 향후 5년간 한국 남자 대표팀의 성적이 얼마나 상승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광저우 대회에서 중국 관중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정의경 선수와 박중규 선수는 외모와 실력이 모두 출중해 핸드볼 인기몰이의 선봉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영신 남자 대표팀 감독은 광저우 대회의 수훈갑으로 20대 선수들인 골키퍼 박찬영과 박중규, 정의경 선수를 꼽으면서 이들 뒤에서 투지를 불어넣은 백원철 선수 같은 노장의 공을 꼽았다. 즉, 새 대표팀에 빠진 김태완 선수(30)나 강일구 선수(34) 같은 노장과 신진의 조화가 잘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조감독은 “남자 대표팀은 세대교체가 잘 되어가고 있다. 정의경이나 박중규, 정수영 등 향후 10년을 이끌 주축 선수는 88 서울올림픽 멤버와 비교해보아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자신했다.
<시사저널 김진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