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우생순'' 스토리의 중심에 섰던 임영철(현 인천시 체육회 감독)-임오경(현 서울시청 감독) 사제는 온데간데 없었다. 당시만 해도 감독과 선수였지만, 이제 동등한 지도자로 만난 승부의 세계에서는 서로 지략을 겨루는 일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제자가 신생팀 서울시청을 이끌고 처음으로 나섰던 지난 2009년 2월 8일 핸드볼큰잔치 개막전, 벽산건설의 사령탑이었던 스승은 지도자가 된 제자에게 승리를 내줄 듯하면서도 35-30으로 이겼다. 경기가 끝난 뒤 스승은 늘 승리만 알고 살아왔던 제자를 향해 "지는 법도 알아야 한다"라고 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 이후 4월 11일 슈퍼리그 1차리그 개막전에서 제자는 이를 악물고 재도전했지만 24-28로 또 패했다. 한때 앞서나가던 경기였기에 패배는 너무나 아팠다. 선수대기실에서 제자는 선수들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다음에는 반드시 이기자고 다짐했다.
스승을 상대로 벼르고 별렀던 승리는 그 해 6월 22일 슈퍼리그 2차리그에서 이뤄졌다. 시소게임 끝에 31-29로 값진 승리를 거둔 것. 제자는 기뻐 날뛰었고 스승은 침묵을 지켰다. 그렇지만, 이후 또 다시 만나 패전을 보태는 등 제자의 스승 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계속될 것 같았던 사제간 승부는 스승의 소속팀인 벽산건설이 해체를 선언하면서 다시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임영철 감독이 인천시 체육회 타이틀을 달고 다시 코트에 나서면서 15일 오후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1 SK 핸드볼코리아컵으로 재대결이 성사됐다.
스승의 팀 사정은 썩 좋지 않았다. 김온아, 류은희, 조효비 등 핸드볼 국가대표 트리오가 버티고 있지만 베테랑 문필희가 발목 수술로 이탈해 경기를 조율할 인물이 없었다.

제자의 팀도 딱히 전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젊은피로 보강을 했기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다. 차세대 국가대표 수문장 용세라의 방어와 라이트백 윤현경의 움직임이 희망적이었다.
전반은 19-12, 인천시 체육회의 리드. 그래도 체력을 앞세워 후반에 승부수를 걸어보겠다는 것이 제자의 노림수였다. 제자는 휴식 시간 동안 선수들을 다그치며 정신력을 끌어올렸다.
후반 시작 후 서울시청은 좌우로 볼을 돌리며 인천시 체육회를 바짝 압박했다. 전략이 통했는지 윤현경을 시작으로 4득점을 해내며 17-21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인천시 체육회는 저력이 있었다. 조효비와 류은희의 무서운 득점포에 경험부족의 서울시청은 흔들렸고 또 28-33, 5점차 패배를 또 다시 맛봤다.
경기 후 스승 임영철 감독은 "(제자가) 더 열심히 하기를 기원한다"라며 조심스럽게 사제 대결의 소감을 전했다. 이에 제자의 화답은 "해볼 만했는데 이상하게 잘 안 풀렸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인천시 체육회와 서울시청이 다시 만나려면 두 팀 다 결승전에 올라야 한다. 제자는 은근히 큰 무대에서의 복수를 다짐하며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조이뉴스 잠실=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