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사과 먹어 보세유~” “뭐드래요~동해에 왔으면 이까(오징어의 강원도 사투리)를 먹어야지.”
이런 대화가 낯설지 않은 것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서울과 차별화하기 위해 ○○‘지역’= ○○‘특산물’의 공식을 오랫동안 지켜왔기 때문이다.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가 이뤄진지 13년째를 맞은 2007년. 이제는 지역도시가 특산물경쟁에서 벗어나 특정스포츠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충주처럼 호수가 많은 지형적 특성을 십분 활용해 ‘조정’을 특성화하는가 하면 단양과 같이 지자체 판단 아래 탁구교실 등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경우든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지자체와 비인기 경기단체간에 윈-윈효과(둘 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 ‘웰빙바람’과 ‘주5일 근무제’는 지역민들을 비롯. 국민들의 여가적 관심을 스포츠로 돌리는데 한몫하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지역스포츠의 세계화는 어떤 모습일까.
◇충주는 ‘사과의 도시’& ‘조정의 메카’
충주는 호수의 도시답게 세계적인 조정의 메카를 꿈꾸며 차곡차곡 대회경력을 쌓고 있다. 오는 10월 아시아조정선수권대회와 전국체육대회 조정경기. 아시아주니어·시니어선수권대회. 아시아장애인선수권대회 등 빡빡한 스케줄을 앞두고 있다. ‘사람’의 노력과 천혜의 ‘자연’이 어우러진 결과다.
탄금호수는 유속이 완만해 조정 훈련과 경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인근에는 수안보온천과 앙성유황온천 등 휴양지가 보너스로 있으니 선수들의 피로회복에도 그만. 자연스럽게 국·내외 전지훈련장으로 각광받을 수 있었다.
조정 경기에 완벽히 들어맞는 자연을 바탕으로 충주는‘세계조정의 석권’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2013세계조정선수권대회 유치다. 지난 8월 대한조정협회에 개최계획서를 제출했고 현재 정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호복 충주시장을 단장으로 한 홍보단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와 국제조정연맹(FISA)총회에 파견하기도 했다. 윤정훈 충주시 문화체육과장은 “스포츠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고장 홍보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앞으로 스포츠산업을 레저와 관광자원 등과 연계한 미래전략산업으로 중점 육성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삼척은 이제 핸드볼의 고장이드래요
삼척의 강점은 핸드볼에 필요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지자체 가운데 초·중·고·대학교·실업 모두 핸드볼 팀이 있는 지방은 삼척이 유일하다. 여기에는 삼척시의 지원 절대적이었다. 매년 평균 4개 대회가 삼척에서 치러진다. 전국적으로 열리는 핸드볼 대회 중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그렇다고 핸드볼의 양적 발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삼척시는 핸드볼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꿈나무 육성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핸드볼연맹과 타이틀 스폰서 협정조인을 체결하고 올해부터 오는 2010년까지 4년간 ‘삼척해양배 전국초등학교 핸드볼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척시 관계자는 “이 대회를 통해 꿈나무를 육성하면서 삼척시를 국내 핸드볼 메카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단양을 탁구도시로 만든 주인공은 ‘정현숙 감독’
사라예보 탁구 신화의 주인공인 정현숙(55·단양군청) 감독을 빼 놓고서는 단양의 탁구 붐을 이야기 할 수 없다. 2000년 정 감독은 탁구연맹 임원 자격으로 교보생명컵 전국 초등학교탁구대회에 참석차 단양을 찾았었다. 이건표 군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탁구 교실을 열어 달라”고 제의를 했고 정 감독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해서 다음해 탁구교실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고 ‘정현숙 탁구교실’은 이름을 날리며 쭉쭉 뻗어나갔다. 단양에 탁구 붐을 일으키면서 ‘방과 후 교실’과 같았던 소규모의 탁구 놀이는 2002년 단양군청 탁구팀으로 크게 발전했다. 초대감독을 맡은 정현숙 감독은 창단 후 첫 출전한 제85회 전국체전에서 개인단식 2위와 단체전3위의 성과를 올렸다. 이후 전국체전 등 각종 탁구대회에서 4번이나 우승하는 등 지도자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며 단양을 최고의 탁구 도시로 키웠다. 이런 분위기 속에 주민들의 참여 열기도 높아졌다. 김재호 단양탁구협회장은 “단양지역에서 활동하는 탁구동호회만도 10개가 넘는다”며 “예전엔 행정기관이나 기업체에나 있을 법한 탁구동호회가 이제는 민간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테네 올림픽의 주역인 유승민과 김택수 코치의 유니폼. 월계관 등이 전시돼 있는 탁구전시관도 국내엔 유일하게 있다고 하니 탁구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단양을 찾으면 될 것 같다.
◇동해는 ‘하키 메카’로. 문경은 ‘정구 도시’로 우뚝
2003년 ‘하키 명문’ 묵호여중에 인조하키장이 건립됐다. 동해시는 이를 발판 삼아 하키의 고장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2004년 대통령기 시도대항하키대회. 동해시장배 전국 대학·실업 하키대회를 잇따라 개최했고 올해만 해도 이미 3개 대회를 성공리에 끝냈다. 서울올림픽 여자하키 은메달리스트 조기향(43) 선수의 고향이 동해인 것은 우연이 아닌듯싶다.
프로스포츠 연고팀이 단 한개도 없는 문경에 정구 실업팀이 처음 생겼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정구 선수들은 애정을 쏟으며 발벗고 직접 나서 아마추어들을 가르쳤다. 그 노력의 결과 현재 문경에는 정구 동호인이 500여 명이나 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구인들이 문경에 모여 있는 셈이다. 국내에 2개 밖에 없는 정구 돔구장과 실·내외 코트9면은 문경의 자랑거리다. 문경은 최근 세계정구선수권대회를 유치한 안성시와 정구 발전의 양축을 맡고 있다.
<스포츠서울 강아름기자 a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