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과 어깨가 너무 아팠다. 밥 먹을 때 숟가락을 들 힘조차 없었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무리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을 찾았다. 피 검사 결과는 전신 류머티즘. 처음엔 무슨 병인 줄도 몰랐고, 심각한 줄도 몰랐다. 어린 마음에 그저 쉴 수 있다는 게 좋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인터넷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뼈와 관절, 근육 등이 딱딱하게 굳거나 통증이 심해 운동은커녕 심하면 움직이기도 불편한 병이다.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에는 통증이 더 심하다. 증세는 점점 심각했다. 뼈가 부러질 것처럼 허리가 아파 제대로 앉을 수가 없었다. 몸살에 걸린 것처럼 몸에 힘이 없고 식욕 부진과 수면 장애까지 찾아왔다.
핸드볼 전 국가대표 권근혜(24·사진·용인시청) 선수. 그는 강원도 태백의 황지정보산업고 시절부터 촉망받는 기대주였다. 실업팀마다 스카우트 경쟁이 붙었다. 결국 “우리 팀에 안 주면 안 떠나겠다”며 태백에 여관방을 잡아놓고 보름간이나 버틴 김운학(48) 감독의 집념에 용인시청으로 진로를 정했다. 2006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도 출전했고, 이듬해 봄에는 핸드볼큰잔치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도 누렸다.
하지만 그 직후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어린 나이에 많이 떴다. 주위에서도 ‘돈 얼마나 버냐’고 물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다”며 “병 때문에 잃은 것도 많지만 주위 사람들의 따뜻한 격려는 얻은 것”이라고 했다.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소속팀 용인시청이 해체를 선언한 것이다. 팀은 이달 말까지만 시한부로 유지된다. 김운학 감독은 “선수들과 울기도 참 많이 울었다”고 했다. 하지만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지막 월급날인 20일, 권 선수는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에스케이(SK)핸드볼코리아리그 광주도시개발공사와의 경기에서 9골을 넣는 활약으로 팀의 31-23 승리를 이끌었다. 팀은 여자부 최강 인천시체육회를 제치고 중간순위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권 선수도 여자부 득점(86골)과 도움주기(72개) 두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게 됐다. 용인시청은 다음달 7일부터 열리는 3강 플레이오프 진출도 확정지었다. 애초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팀의 돌풍도, 병마와 싸워 득점여왕 등극을 앞둔 그의 활약도 기적에 가깝다.
권 선수는 “앞으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2년”이라며 “마지막으로 런던올림픽에 나가고 싶지만 내 욕심만 차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이어 “팀 해체 문제가 잘 해결돼 걱정 없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대구/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