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지혁 기자 = 춥고 배고파 ‘한데볼’로 불렸던 핸드볼의 과거는 점차 옛말이 되고 있다. 팬들의 관심도 위상도 모두 달라졌다. 코트 위 선수들의 의식 또한 변화했다. 올림픽 효자종목다운 명성을 되찾고 있는 중이다.
대한핸드볼협회(회장 최태원)를 중심으로 핸드볼인들이 하나로 뭉쳤다. 협회는 지난해 5월 SK핸드볼전용경기장 착공과 함께 핸드볼 장기발전 전략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서울대스포츠산업연구센터(CSI)에 의뢰해 수립된 장기발전 전략은 4년 주기 올림픽 개최시기를 기준으로 혁신기반 구축기(2010~2012년 런던올림픽), 가치창출체계 구축기(2013~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지속가능체계 구축기(2017~2020년)로 나눈 뒤 단계별로 추진목표와 과제, 도달수준을 정했다.
계획대로 순조롭다. 리그 창설과 활성화로 내실을 다졌고 굵직한 국제대회 유치로 국제화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4년에 한 번씩만 관심 받던 핸드볼은 이제 없다.
◇‘한다면 하는’ 리더가 있다
리더의 추진력은 절대적이다. 수직구조의 조직사회에서 리더의 중요성은 두 번 설명할 필요 없이 중요하다. 일방적이지 않지만 저돌적인 리더십을 핸드볼계에서 찾을 수 있다. 2008년 12월 제23대 핸드볼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최태원(51) 회장이 그렇다.
최 회장은 그동안 봐왔던 정재계 출신 스포츠단체장과 다르다. 다부진 포부와 다양한 아이디어는 흡사하지만 추진력에서만큼은 손꼽힌다. 핸드볼의 위상을 단숨에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최 회장은 취임식에서 내세웠던 4대 핵심공약(전용구장 조성, 꿈나무 육성, 국내무대 활성화, 국제외교 통한 위상 강화)을 지키기 위해 취임 이후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다.
핸드볼계 숙원사업이었던 전용구장 조성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고 프로를 목표로 한 연중 실업리그도 창설했다. 유망주들을 다른 인기종목에 빼앗겼던 비인기종목의 설움도 핸드볼발전재단 설립과 꿈나무 육성사업으로 날려버렸다. 대기업 CEO답게 국제적인 비즈니스와 네트워크, 마인드가 훌륭하다는 평가다.
근근이 명맥을 유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핸드볼이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난 셈이다. “새 회장이 취임할 때마다 그럴싸한 공약들을 내세우지만 실천된 적은 거의 없다”며 최 회장을 반신반의하던 핸드볼계 인사들도 마음을 바꿨다. 확실한 동반자로 인식했다.
◇‘핸드볼의 메카’ 개봉박두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수많은 전용구장을 갖게 된 축구, 600만 관중 돌파를 목표로 빈번하게 만원 관중을 기록하는 야구. 공통점이 있다. 전용구장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다. 한때 핸드볼에 전용구장은 사치였다. 농구, 배구와 마찬가지로 실내체육관만 있으면 되는 종목으로 전용구장이 굳이 필요하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인기가 없어 관중도 없는데 전용구장이 있어 무엇을 할 것이냐”는 노골적인 지적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 불과 2~3년 전에 공공연하게 돌았던 이야기다.
하지만 생긴다. 핸드볼협회는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제2올림픽체육관(펜싱경기장)을 리모델링해 SK핸드볼경기장으로 만들고 있다. 핸드볼인만을 위한 무대다. 총 공사비 약 430억원이 들어간 SK핸드볼경기장은 국내 첫 핸드볼전용경기장으로 5003석 규모의 관람석을 갖춘 본 경기장과 약 300석의 관람석을 갖춘 보조경기장으로 이뤄졌다. 핸드볼 경기 이외에도 펜싱, 배드민턴, 탁구 및 공연 등도 가능하도록 다목적으로 설계됐지만 주인은 핸드볼인이다. ‘핸드볼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협회의 의지가 대단하다. 부족함이 없다.
경기의 생동감을 근거리에서 느낄 수 있도록 관람석의 거리와 각도를 개선해 객석 전 구간에 최적 가시선을 확보했고 LED전광판 설치 및 국제 수준의 조명, 음향시설 등을 적용해 세계에서도 손꼽힐만한 수준으로 손봤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핸드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핸드볼 명예의 전당도 마련할 예정이다. 내년 런던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 개최지 점검을 위한 실사단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경기장이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핸드볼 코리아로 오세요”
최태원 회장이 취임 후 약속했던 것 중 가시적인 성과는 전용경기장 건립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서 한국은 1990년 세계여자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이후 20년 만에 국제대회를 유치했다. 우리의 핸드볼 실력에 어울리게 국제적인 위상을 정립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지난해 7월 유치한 유스올림픽 아시아 예선전까지 포함하면 최 회장은 2개의 굵직한 국제대회를 유치했다. 핸드볼이 ‘제2의 중흥기’를 맞았다는 것이 핸드볼계의 중론이다. 탄력을 받은 협회는 올해 10월 런던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도 열기로 했다. 완공을 앞둔 전용경기장에서 열린다.
핸드볼협회와 실업연맹이 조직 통합 이후 보여준 가장 두드러진 성과 중 하나는 핸드볼코리아리그의 출범이다. 2월 핸드볼코리아컵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받은 리그를 통해 한국형 실내 스포츠의 위상을 정립했다.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대회를 치르면서 지방 중소도시의 연고지 개념을 이해했다. 언젠가 프로로 가야하기에 반드시 경험해 봐야 할 부분이다. 선수와 지도자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상금도 대폭 인상했고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의 뉴미디어를 활용해 홍보에도 힘을 기울였다.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정규리그 동안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50%가량 증가했고 경기당 1000명 이상이 체육관을 직접 찾아 소리를 질렀다. 대내외적으로 핸드볼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뉴시스 박지혁 기자 ero0204@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34호(7월11일자)에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