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핸드볼의 내일이 어둡다. 아니 벌써 어두워졌는지도 모른다.
1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막을 내린 2007 세계여자선수권에서 한국은 당초 예상대로 8강 진출(6위)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우승팀에 주어지는 내년 베이징 올림픽 티켓은 따내지 못했다.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아랍 심판들의 극심한 편파판정 속에 실패했다.
이제는 내년 3월 국제핸드볼연맹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길밖에 없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거구의 ‘북극곰’ 소련을 상대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역시 거구의 덴마크 선수들을 상대로 연거푸 금메달을 땄던 우리 낭자군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결승에서는 덴마크를 상대로 투혼을 불사르며 선전,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획득하며 온 국민을 감동시켰다.
그런 핸드볼이 올림픽 진출 여부에 촉각을 세워야 하는 신세가 됐다. 편파판정이나 다른 나라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된 측면도 물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수준이 뒷걸음친 측면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비인기의 척박한 토양에서 제대로 뛸 만한 선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여자 실업팀은 6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인기 없고 수입이 안 된다”며 투자를 하려 하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나 군소 규모의 공기업들은 공공기관 특성상 넉넉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고 한다. 사기업 소유의 유일한 실업팀이던 효명건설은 얼마 전 부도까지 났다. 팀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내몰렸다. 오영란·문필희·명복희·김온아 등 대표팀 선수 4명이 효명건설 소속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들이 세계선수권을 치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어린 선수들은 핸드볼을 하기를 꺼린다. 그나마 있는 선수마저 다른 종목으로 전향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선수가 부족하다 보니 대표팀의 세대교체도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여고 시절 대표가 된 뒤 40세를 바라보는 나이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있는 선수도 꽤 있다.
한국대표팀은 ‘아줌마 군단’으로 불린 지 이미 오래다. 임영철 대표팀 감독은 “새로 뽑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토양에서 ‘아테네의 감동’을 재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중앙일보 장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