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남자 핸드볼대표팀은 이래저래 부담이 많다. 여자 대표팀이 지난 21일 끝난 아시아 예선에서 5전 전승으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해 남자 대표팀도 반드시 동반 진출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았다.
오랜 숙원 사업 끝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건립된 SK올림픽 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첫 경기를 치른다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전용경기장 개장 경기 성격에 상대는 한 수 아래 일본이었지만 어쨌든 남자대표팀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남자 대표팀은 23일 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예선 일본과 B조 첫 경기에서 31-18로 첫 승을 거뒀다.
경기 뒤 1988 서울올림픽 당시 골키퍼 출신인 최석재 감독은 "일본과는 늘 멋진 경기를 했다. 이번에는 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첫 경기의 상대라 선수들이 긴장했을텐데 이겨내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경기 결과보다도 전용경기장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는 점에 감격스러워했다. 서울 올림픽 당시 핸드볼은 다른 종목에 밀려 수원에서 경기를 했다. 최 감독의 감동은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8년 핸드볼협회장에 취임 한 뒤 전용경기장 건립을 약속했고 434억원을 들여 이를 실천했다.
최 감독은 "88 올림픽에서 여자 금메달, 남자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경기는 수원에서 했다. 그 이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 말없이 성적만 냈다"라며 지난 시절을 회상한 뒤 "2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전용경기장이 개장해) 그에 대한 보답이 아닌가 싶다"라고 감격스러움을 표현했다.
이어 "서울의 중심에 이런 전용체육관이 들어섰다는 사실이 가슴을 벅차게 한다"며 "오늘 핸드볼인들이 체육관을 많이 찾았는데 경기가 아니라면 그분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기뻐하고 싶다"라고 가슴 먹먹해지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골키퍼 박찬영(두산)은 "관중이 많으니 관심도 높아지고 긴장도 되더라. 외국에 경기하러 나가면 관중이 많아 늘 긴장했는데 그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몸이 굳었다"라고 전용경기장에서 처음 경기를 해본 소감을 전했다.
여자대표팀의 런던행 확정은 남자대표팀에게 아무래도 부담감으로 작용한 모양. 박찬영은 "여자대표팀의 올림픽 본선행을 축하한다"라며 "우리도 부담되지만 전승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박찬영은 전반 시작 후 일본의 슛 네 개를 연이어 선방하는 등 62.5%의 방어율을 보이며 한국의 첫 승에 기여했다. 곁에 있던 최석재 감독은 "오늘 네가 잘 막은 거냐"라며 농담을 했고 박찬영은 멋쩍게 웃었다.
경기 자체로 돌아간 최 감독은 "박찬영의 컨디션이 좋아 기용했다. 경기 전 컨디션은 물론 자기 관리를 하는 면을 보면서 선발로 기용한다"라며 전략적인 기용이었다고 설명했다.
붙박이 주전은 없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 감독은 "가장 잘하는 선수가 가슴에 단 태극기는 빛나고 못하는 선수가 가슴에 단 태극기의 빛이 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한 경쟁으로 대표팀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고 설명했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