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직책은 플레잉코치지만 여전히 무게감은 달랐다. 그가 있고없고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흐름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노련미와 최고의 득점력은 한국 남자 핸드볼이 영원히 가지고 싶어할 수밖에 없는 마약과도 같았다.
한국 남자 핸드볼대표팀이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SK올림픽핸드볼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2 런던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B조 3차전 오만과의 경기에서 31-24로 이겼다.
3연승(승점 6점)을 달린 한국은 이틀의 휴식을 한 뒤 벌이는 28일 중국과 4차전에서 이기면 조1위로 4강에 진출한다. 오만은 1승1패로 일본과 동률을 이루며 치열한 조2위 싸움을 벌이게 됐다.
한국은 전반 오만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고전했다. 컨트롤 타워가 없어 경기 운영에 애를 먹었다. 한때 7-11로 뒤질 정도로 힘겨운 경기를 했다.
그렇게 어려운 순간, 203cm의 플레잉코치 윤경신이 등장했다. 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윤경신은 육중한 체격을 앞세워 상대의 수비를 무력화하고 현란한 패스로 경기 흐름을 되찾아왔다. 윤경신이 없었다면 오만의 리드가 계속될 수 있었다. 후반에도 윤경신은 고비마다 가로채기와 득점으로 보이지 않는 공헌을 했다.
경기 뒤 최석재 감독은 "준결승과 결승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선수들 몸이 다소 무거웠을 것이다. 오늘 오전에도 인터벌 트레이닝과 체력 훈련을 두 시간 가까이 했다"라며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윤경신은 총 4득점을 했지만 정확도는 최고였다. 단 하나의 슈팅도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오만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힘든 경기를 했는데 반성의 계기가 됐다. 차라리 예선전에서 (이런 상황이) 나와서 다행이다"라며 남은 경기에서 보완점을 찾아 전승으로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따내겠다고 강조했다.
승리를 축하 받기보다 반성하고 질책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의연함을 보인 윤경신은 "선수들이 오늘 경기를 통해 반성하고 더 잘하는 경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자신이 코트에 있고 없고에 따라 경기 내용이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의치 않으며 "앞선 두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 골고루 다 잘했다"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4강과 결승에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팀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란은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만나 이겼지만 중동 특유의 거친 압박 수비로 대항할 수 있어 다소 고민스럽다.
윤 코치는 "중동팀은 대체로 힘이나 슈팅력이 좋다. 앞으로 중동을 만날 수 있을 텐데 오만전에서 고전했던 것을 약으로 삼겠다"라며 더 나은 대표팀이 될 것을 약속했다.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