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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식의 인물탐험] 정형균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

작성자
Handballkorea
등록일
2011.11.14
조회수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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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균 핸드볼협회 부회장 <최승섭기자>

 

 

 

한국 여자 핸드볼이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전승하며 8회 연속 올림픽에 진출했다. 이틀 뒤에는 핸드볼계의 숙원이었던 전용경기장이 문을 열었다. 여자핸드볼은 한국의 단체 구기에서 가장 빛나는 성적을 올린 ‘효녀종목’이면서도 비인기종목이었다. 전용경기장은 처음으로 주어진. 제대로 된 대접이자 보상이다. 여자핸드볼이 세계를 호령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전용경기장을 애타게 기다렸던 인물을 지난 9일 만났다. 정형균(56)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이다.

 

 

한국체대 사회체육대학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홍정호 아시죠? 결혼한다고 주례를 봐달라고 하네요.” 홍정호는 임오경. 오성옥 등 바르셀로나에서 영광을 함께 한 그의 애제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내 새끼’라고 부를 만큼 옛 제자들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여자핸드볼은 훈련 강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있다. “체격이 열세니까 움직임이 많아야 되고 자연히 체력소모가 많죠. 세계의 벽을 넘어서려면 후천적인 체력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죠. 강압적으로 몰아붙였는데 믿고 따라와줬으니까.” 그의 별명은 ‘가가멜’이었는데 그게 ‘개구장이 스머프’의 고약한 마법사를 말하는 줄 몰랐다. “지들끼리 가가멜. 가가멜 하는데 무슨 소린가 했죠. 내가 과감하게 하라는 말을 자주 했으니까 그걸 흉내내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잡아먹을 듯이 귀찮게 군다고 그런 거였어요. 우크라이나였나. 전지훈련을 갔는데 그날 경기가 없었어요. 눈이 많이 와 호텔 앞 광장에 쌓였는데 한밤중에 선수들을 데리고 나가 훈련을 시켰죠. 끝나고 나서 이놈들이 떼로 달려들어 나를 눈 위에 패대기치고 밟더군요.”

 

 

그는 2001년 중국대표팀을 맡았고 2003년 열린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을 꺾었다. 그 때문에 한국여자핸드볼은 세계선수권이라는 힘겨운 여정을 거쳐 아테네에 가야 했다. 어쨌든 한국은 아테네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중국은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1993년부터 국제연맹 기술위원회 강사를 했는데 지도자 강습회 때 그랬어요. ‘나는 행복한 지도자’라고. 한국만큼 지도자에 대해 존경심과 복종심을 갖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어드밴티지예요.” 한계를 넘나드는 훈련을 견뎌낸 것이 선수들이 순종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는 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었어요. 개개인의 장단점과 전문적인 능력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선수를 썼고 경기를 했죠. 그런 면에서 선수들과 끈끈한 믿음. 힘든 걸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1996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그는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최고의 기술과 팀워크를 갖췄다고 자부했죠. 그런데 우승하지 못했어요.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벤치를 제일 못본 게 애틀랜타 마지막 경기였어요. 심판 판정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다 감독으로서 할 일을 못한 거죠.” 올림픽 뒤 삼성이 남녀 핸드볼팀 창단 의사를 밝히며 그에게 총감독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 한국은 물론 유럽에도 팀을 등록해 양쪽에서 뛸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조건이었다. “그 때 완전히 지쳐 있었어요. 올림픽 3연패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연장까지 가서 졌으니까. 몸도 탈진 상태였고 열정도 고갈됐는데 지도자를 하라니까 천만금을 줘도 싫었지요. 그래서 삼성이 협회장을 맡아달라고. 그리고 좋은 지도자를 추천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둘 다 없던 것으로 됐어요. 핸드볼 발전을 위해서는 받아들여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10여년 뒤에야 핸드볼은 SK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전용경기장도 생겼다. “애틀랜타에서 돌아와 김영삼 대통령이 선수단을 불렀을 때 체육관 얘기를 했어요. 배드민턴에서도 방수현이 같은 얘기를 하더군요. 대통령이 특별기금 300억원을 들여 공동으로 체육관을 지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새로 지은 게 아니라 태릉선수촌에 있는 육상 실내체육관을 보수한 거예요. 문체부 관계자가 잠실 학생체육관을 주겠다고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선수촌으로 결정된 거예요. 화가 나서 그 관계자에게 전화로 욕을 퍼부었죠. 그 뒤 홍천에 짓는 것도 추진하다 결국 무산됐습니다.”

 

 

그런 과정을 겪다보니 뜻하지 않은 ‘설화’도 있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 TV 해설을 하던 그는 ‘이명박 대통령과 문체부 장관의 관심’을 언급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그 때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사실은 대통령과 장관으로부터 전용경기장을 지어준다는 얘기가 나왔는데 그걸 알고 있으니까 해설하다가 그 말이 나온 거죠.”

 

 

전용경기장은 핸드볼의 업적을 인정하는 상징이고 새 도약을 위한 발판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현재의 국내 핸드볼 현실에서는 전용경기장보다 시급한. 우선적으로 투자해야할 곳들이 많지 않을까. “이곳 저곳으로 왔다갔다 하다보면 핸드볼을 널리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힘들어요. 한 장소를 정해놓고 사람들이 쉽게 모이고 관심을 갖도록 해 선수들이 관중과 어울릴 수 있게 하면 핸드볼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전용경기장은 단순한 경기 시설이 아니라 ‘비인기’의 꼬리표를 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출발점이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많은 것을 이뤄낸 핸드볼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을 핸드볼인들은 섭섭해 하고 있지 않을까. “제대로 대우를 못받고 있는 것과 우리가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가운데 어느게 먼저인지 모르죠. 스스로 반성해보면 나름대로 업적을 쌓고도 거기서 부가가치를 발생시키지 못한 면이 있어요. 홍보와 마케팅 능력이 약했어요. 지금은 SK가 우리가 약한 부분을 맡아 활성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태원 회장님이 안정된 기업이 팀을 맡는다든가 하는 여러 면에서 고심하고 계십니다. 우리 핸드볼로서는 지금같은 호기를 절대로 놓치면 안되죠.”

 

 

최정식 체육1부 선임기자 bukr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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