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형균 핸드볼협회 부회장 <최승섭기자>
한국 여자 핸드볼이 지난달 중국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전승하며 8회 연속 올림픽에 진출했다. 이틀 뒤에는 핸드볼계의 숙원이었던 전용경기장이 문을 열었다. 여자핸드볼은 한국의 단체 구기에서 가장 빛나는 성적을 올린 ‘효녀종목’이면서도 비인기종목이었다. 전용경기장은 처음으로 주어진. 제대로 된 대접이자 보상이다. 여자핸드볼이 세계를 호령하는데 큰 역할을 했고. 전용경기장을 애타게 기다렸던 인물을 지난 9일 만났다. 정형균(56) 대한핸드볼협회 부회장이다.
한국체대 사회체육대학원장실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홍정호 아시죠? 결혼한다고 주례를 봐달라고 하네요.” 홍정호는 임오경. 오성옥 등 바르셀로나에서 영광을 함께 한 그의 애제자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내 새끼’라고 부를 만큼 옛 제자들에게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여자핸드볼은 훈련 강도가 높기로 정평이 나있다. “체격이 열세니까 움직임이 많아야 되고 자연히 체력소모가 많죠. 세계의 벽을 넘어서려면 후천적인 체력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죠. 강압적으로 몰아붙였는데 믿고 따라와줬으니까.” 그의 별명은 ‘가가멜’이었는데 그게 ‘개구장이 스머프’의 고약한 마법사를 말하는 줄 몰랐다. “지들끼리 가가멜. 가가멜 하는데 무슨 소린가 했죠. 내가 과감하게 하라는 말을 자주 했으니까 그걸 흉내내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잡아먹을 듯이 귀찮게 군다고 그런 거였어요. 우크라이나였나. 전지훈련을 갔는데 그날 경기가 없었어요. 눈이 많이 와 호텔 앞 광장에 쌓였는데 한밤중에 선수들을 데리고 나가 훈련을 시켰죠. 끝나고 나서 이놈들이 떼로 달려들어 나를 눈 위에 패대기치고 밟더군요.”
그는 2001년 중국대표팀을 맡았고 2003년 열린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을 꺾었다. 그 때문에 한국여자핸드볼은 세계선수권이라는 힘겨운 여정을 거쳐 아테네에 가야 했다. 어쨌든 한국은 아테네에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는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중국은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1993년부터 국제연맹 기술위원회 강사를 했는데 지도자 강습회 때 그랬어요. ‘나는 행복한 지도자’라고. 한국만큼 지도자에 대해 존경심과 복종심을 갖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어드밴티지예요.” 한계를 넘나드는 훈련을 견뎌낸 것이 선수들이 순종적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저는 선수에 대한 편견이 없었어요. 개개인의 장단점과 전문적인 능력을 상세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선수를 썼고 경기를 했죠. 그런 면에서 선수들과 끈끈한 믿음. 힘든 걸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