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활약 중이던 ‘우생순’ 신화의 주역 장소희가 전격적으로 국내 무대 복귀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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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6일 서울 오금동 SK 루브리컨츠 구단 사무실에서는 장소희 선수의 입단식이 열렸다. 핸드볼 선수가 입단식을 갖는 것은 2009년 윤경신 선수가 독일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 복귀하며 두산에서 치른 후 두 번째이며 여자 선수로서는 최초다. 그래서인지 많은 취재진들에 어색한 듯 시종일관 상기된 표정과 쑥스러운 미소로 일관했다.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많은 관심 가져주실 지 몰랐어요. 구단에서 입단식 치러준다고 했을 때도 아니 입단식이라니 하고 놀랐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도 많이 바뀌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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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희는 2001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부동의 레프트 윙으로 활약했다. 특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덴마크와의 결승전에서 2차 연장에 이은 승부던지기 끝에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우생순’ 신화의 주역으로 동갑내기 친구 우선희와 함께 양 윙을 책임지며 ‘좌 소희 우 선희’로 명성을 떨쳤다.
그런 장소희가 대표팀으로부터 다시 부름을 받은 것은 지난 해 봄 강재원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다. 7년만의 일이다.
장소희는 아테네 올림픽이 끝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체대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자연스레 대표팀과 연이 닿지를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당시 대표팀에 불었던 세대교체의 바람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일본에서 학업을 마친 장소희는 일본의 실업팀 소니에서 활약하며 지금의 일본인 남편을 만나 지난 해 결혼했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며 일본의 잘 갖추어진 인프라가 내심 부럽다고도 했다.
“일본은 주말에만 경기를 하는데 관중석이 거의 다 차요. 이번에 저희 팀이 아쉽게 3위를 헸는데 플레이오프 경기 때 3000석의 관중석이 꽉 찼어요. 열기가 대단했어요. 그러니까 선수들도 신이 나 골 세리모니도 하고 관중석을 향해 몸짓도 하고... 매 경기 끝나면 팬 사인회도 열어요. 일본은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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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열린 한일핸드볼 슈퍼매치에서 활약하던 장소희.
이 날 경기는 장소희의 국가대표 복귀 무대였다. |
장소희의 국내 복귀는 말 그대로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김운학 감독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해주신 분이세요. 휘경여중 시절 은사님이셨거든요. 리그도 끝났고 해서 안부 인사드리려고 전화를 했는데 마침 국내에서 뛰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그렇다고 선뜻 오케이를 한 것은 아니다. 남편과의 신혼생활 등 여러 가지 걸리는 것들이 있었다. 그런 장소희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바뀐 국내 핸드볼의 환경이었다. “지난 해 올림픽 예선전을 SK 핸드볼 경기장에서 치렀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최신식 핸드볼 경기장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관중석도 텅 비었거든요. 정말로 관중 한 명 없는 경기장에서 선수들끼리만 경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최근 리그 경기를 보니 관중도 많아지고 골수팬들도 생겨난 거 같아 좋았어요.”
SK 루브리컨츠 김운학 감독은 장소희를 슛과 돌파, 경기 운영 능력까지 핸드볼의 모든 것을 갖춘 선수라고 칭찬하며 팀에서는 레프트 백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SK 선수들이 어린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갑작스럽게 경기 운영이 흐트러지며 실책 남발로 경기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러한 점을 잘 메워 주리라 기대한다고 했다.
장소희는 현재 런던 올림픽의 예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상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리그를 치르며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대표팀 강재원 감독의 눈에 단단히 각인된 서울시청의 레프트 윙 최수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강재원 감독은 최수민이 대표팀의 키가 될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리고, 장소희가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외치던 돌아온 탕아 조효비 또한 레프트 윙이 주포지션이다. 그밖에 부산 비스코의 이은비도 있다.
장소희는 10살이 넘는 까마득한 후배들과 대표팀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녀는 즐기려고 한다. “제가 갖고 있는 풍부한 경험이 후배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어 줄 거 같아요. 저 또한 후배들의 좋은 점이 있다면 배우려고요. 그러다 보면 서로 발전하지 않겠어요? 누가 뽑히고 안 뽑히고는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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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운동선수라면 어쩌면 환갑이 지났을 나이. 지금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그 열정이 아름답다.
[대한핸드볼협회 차병기 객원기자 : jan35@naver.com] |